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오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프로젝트 ‘Walking On The Space 1115’를 진행하면서 맺은 소소한 관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정말 많은 사람들과 깊거나 얕은 관계들을 맺게 됩니다. 선미, 서영,
희진, 다원은 ‘우리가’라는 이름을 다시 지어, 세운상가를 ‘관계’의 장소로 재조명합니다.
세운상가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업적인 공간이면서, 지나온 세월을 보여주듯이 많은 흔적들이 보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 첫 발을 내딛었던 저희에게는 삭막함이 먼저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몸과 마음은 경직된 상태로 세운상가를 바라보며 무작정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찍고 있었을 때, 우리는 경계의 눈빛을 가득 품으며 저희의 카메라를 보시는 경비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눈빛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말씀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세운상가에서 처음 대화를 나누게 된 상대가 단호하게 경고하는 사람이라니.. 저희는 조금은 막막한 마음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던 세운상가 내부를 잠시 벗어나 구름다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기 때문에 저희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걱정만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구름다리 위를 걸으며 이곳저곳을 찍고 있을 때, 강렬한 이름의 ‘에바다 커피’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우연히 맺게 된 관계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희는 그 실마리를 이곳, 에바다 커피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곳의 이름을 봤을 때에는 너무나 웃기고, 가벼운 듯한 그 이름에 모두가 소리를 내어 웃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긴 즐거움과 호기심에 저희는 에바다 커피에 대해 궁금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끼리 들어갈지 말지에 대해 눈빛을 교환하고 있던 중, 카페에서 아저씨 한 분께서 나오시면서 “들어오세요”라고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확 던져주신 미끼를 덥석 물었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너무나도 재밌는 관계를 또 한번 맺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 분은 사장님이 아니고, 그저 에바다 커피의 단골손님이었다는 것입니다. 하하하. 그 분은 저희 넷으로 가득찬 에바다 커피에서 사장님과 마무리 대화를 한 후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나가셨습니다. 이제 주문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많은 메뉴에 모두가 고심을 하다가 선미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서영은 옛날 냉커피를, 희진은 미숫가루를, 다원은 따뜻한 유자차를 골랐.. 이런! 미숫가루가 다 떨어졌다고 사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즐거워해주셔도 됩니다. 우리는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니까요. 사장님은 시골에서 미숫가루가 도착하지 못했다면서 아쉬워 해주셨습니다. 그에 저는 서영언니와 같은 옛날 냉커피를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음료가 나왔고, 사장님은 밥은 먹었냐면서 바나나를 나눠주셨습니다. 맛있는 바나나 하나면 친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사장님께서 따뜻함을 나눠주신 덕분에 저희는 짧은 시간에 사장님이 매우 편해졌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은 한 카페의 사장이자 넷마블의 DJ였답니다! 얼마나 흥미롭던지 저희 모두의 눈빛이 반짝반짝거립니다. 삭막함을 느꼈던 이 세운상가에서 요즘 매우 핫한 주제인 ‘메타버스’를 진정으로 즐기고 계신 분을 만나 뵙다니! 그렇게 캐릭터 세상에서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가 카페의 내부에 있는 사진과 장식들에 눈이 갔습니다. 곳곳에 사장님의 취향이 가득 묻어있는 것을 보니 꽤나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운영해 오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사장님께서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사실은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내야겠다고 다짐한 만큼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시간과 여유가 허락할 때, 세운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에바다 커피’를 방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말이 단번에 이해되실 것입니다. 약간의 궁금증을 남기고 에바다 커피에서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행복했던 한 시간을 추억하고자 사장님께서 저희를 사진으로 기록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에바다 커피를 나와보니 어느새 경직된 몸과 마음은 녹아내리고, 따뜻함과 자신감이 저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깊은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잠시 맺은 그 관계에 대해서 저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순간순간들을 추억했습니다. 어쩌면 저희의 프로젝트 방향은 이때 정해진 것 같습니다. ‘관계’ 그 속에서는 느껴지는 따뜻한 정. 얼어붙은 듯한 공간에서, 뜻밖의 공간에서 이렇게도 따스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될 거라고는 저희 모두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이때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에 대해서 지금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느낀 관계의 미학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에바다 커피’를 기점으로 세운상가는 더이상 삭막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더이상 얼어붙은 채로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보이고, 그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갔습니다. 이후로 ‘사유지로 출입금지’라는 경고 문구를 보게 되었을 때도 저희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아저씨를 향해 마구 절실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저씨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저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관계의 힘이란. 이 분은 알고 보니 퇴근 중이시던 세운상가의 또다른 경비아저씨였고, 중정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저희에게 후딱 들어가서 찍고 나오라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중정 안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가서, 그 곳을 지키고 계신 경비아저씨에게 한 장만 찍어도 되겠냐고 여쭤보았습니다. 역시나 돌아오는 말은 “한 장 가지고 되겄어? 두 장은 찍어야지” 라는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이제 저희에게 세운상가는 확실하게 따뜻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세운상가에서의 두 시간을 관계로 가득채운 뒤, 세운상가를 떠나왔습니다.
이후로 세운상가에서의 관계를 녹여내기 위한 여정을 보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관계를 담아내기 위해 보낸 이 여정도 많은 관계들로 가득채워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매주 서울상회에서 회의를 했던 11월 20일 토요일 오후 5시. 11월 26일 금요일 오후 5시. 12월 2일 목요일 오후 1시. 12월 10일 금요일 오후 1시. 중간중간 생긴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비대면에서 회의를 했던 11월 16일 화요일 오후 11시. 11월 23일 화요일 오후 10시. 11월 30일 화요일 오후 10시. 12월 3일 금요일 오후 10시. 12월 5일 일요일 오후 8시 30분.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도장을 만들기 위한 목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방문했던 대한목공소. 그 곳에서 만나 뵙게 되었던 색에 관한 많은 고충이 있었던 사장님. 레이저커팅을 위해 방문했던 성동구 메이커스페이스. 그동안의 노력을 담아내 준 인쇄소, 프리맥. 팝업보드 제작을 위해 빌린 공간, 홍대 팀플레이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11월 14일부터 최종 발표를 하는 12월 15일까지 한 달동안 저희가 맺은 관계와 시간을 보냈던 공간들입니다. 각각의 공간이 이 여정 속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우리에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들을, 시간을 선미와 서영과 희진 그리고 다원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긴 글을 읽고, 그동안 저희의 여정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신 여러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선미, 서영, 희진, 다원에게도 다시 한번 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너무 다채롭고,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찼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