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이 텍스트에는 삽화가 없을 것이고, 단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빈 필름의 시초만 있을 것이다. 이미지가 찍혔다면 이 텍스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지는 아마도 액자에 끼워져서, 젊은 시절의 사진보다 더욱더 완벽하고 거짓된 이미지로,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내 앞에, 거기에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거의 악마 같은 행위의 범죄, 증거로 말이다. 마술이나 눈속임보다 더한 것으로, 즉 시간을 멈추게 하는 기계로 말이다. 왜냐하면 이 텍스트는 이미지의 절망이니까, 그리고 흐릿하거나 모호한 이미지보다 더 나쁜 것, 즉 **유령 이미지**니까..."
<유령 이미지>, 에르베 기베르 지음, 안보옥 옮김, 알마(2017)
"우리 둘은 카메라를 마주하고 거기 서 있었다. 물론 우린 조금씩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람에 흔들리는 자두나무보다야 덜했다. 이삼 분은 그렇게 흘러갔다. 우리가 거기 서 있는 동안 우리는 빛을 되비췄고 우리가 되비춘 빛은 저 검은 구멍을 통해 어두운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모습이 나올 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기다렸다."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열화당(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