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화요일 오후 11시. 우리는 꽤나 늦은 시각에 화면 속에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19일 세운상가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스크린샷 한 장을 남기고 회의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11월 18일 금요일 오전 10시. 모두가 가능한 시간을 정하다보니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드레스코드에 맞춰 ‘블랙’으로 차려입은 우리는 제법 팀 같아 보였고, 귀여웠습니다. 첫 출발은 항상 그렇듯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우리는 세운상가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압니다. 적응하기 바빠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에게 경비아저씨는 단호한 어투로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경고를 주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우리 넷은 사진 찍기 바빴던 세운상가 내부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습니다.우리는 혼자가 아니었고, 넷 이었습니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걸었습니다.
그러다 강렬한 작명의 ‘에바다 커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사장님께서 “들어오세요”라고 하셨고 홀린 듯이 우리 넷은 들어갔습니다. 인생은 참 재밌습니다.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해준 분은 사장님이 아니었고, 그저 에바다 커피의 단골 손님이었던 것입니다. 신나게 웃으니 경직되었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고, 밥은 먹었냐면서 커피와 함께 건내주신 사장님의 바나나에 우리는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사장님의 매력적인 화법에 한 시간을 에바다 커피에서 머물렀던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넷마블 DJ, 바나나, 말린 가지, 에바다의 참뜻, 카페 인테리어… 이제는 우리 모두 완전히 충전되었습니다.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지만, 우리 역시도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다시 세운상가로 들어갑니다. 우리 모두가 세운상가를 오기 전 많은 기대를 품었던 곳, 중정으로 향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사유지로 출입금지’라는 단호한 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마침 중정에서 나오신 아저씨 한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기회를 놓칠세라 누가 할 것 없이 간절한 눈을 하고 아저씨를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인생은 역시나 재밌습니다. 아저씨는 세운상가의 또 다른 경비아저씨 였고, 누구에게 가서 양해를 구하면 될 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용기를 얻고, 또 다른 경비아저씨에게 성큼성큼 다가갔습니다. 처음 받았던 경고를 떠올리며 조금은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만 찍어도 괜찮을까요?”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말은 너무나도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참..한 장 가지고 되겠어? 두 장은 돼야 하지 않겠어? 다들 밥 먹으러 갔으니까 후딱 찍고들 가셔”. 그렇게 우리는 2시간을 머문 세운상가에서 나왔습니다.
이후로 우리는 세운상가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카페 ‘서울상회’에서 매주 회의를 해나갔습니다. 장소제공을 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11월 20일 토요일 오후 5시. 11월 26일 금요일 오후 5시. 12월 2일 목요일 오후 1시. 12월 10일 금요일 오후 1시.